건강보험과 내분비 질환

오승준 (경희의대)

요즘 내과의 수난 시대라고 한다. 예전과 달리 전공의 선발도 쉽지 않은데, 내과 전공의 수련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힘든 과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고생한 만큼 그 대가를 보상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사회보험이고 미국과 달리 그 보장성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보장을 강화 하려고 하기 때문에 환자가 그 혜택을 받으려면 의사의 희생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정된 자원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노력을 인정 받고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최대화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학회 보험위원회의 전문화이다.

2011년에 당뇨병 약제의 보험기준이 발표되었을 때 거의 모든 내분비학회의 회원들이 경악했었다. 약제 사용의 기준이 명문화 되었고, 어떤 약제를 1차 약제로 사용해야 하며, 병합요법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비해 매우 한정적이었다. 다들 “도대체 누가 만들었냐” 라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어떻게 치료하라는 것이냐라는 볼멘 소리만 할 뿐이지 딱히 대책이 없었다. 이런 움직임을 미리 알았으면 학회의 의견을 전달하여 좀 더 유연한 안을 만들었을 텐데 하는 한스러운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당뇨병 약제의 병합표를 만드신 분은 내분비전문의가 아니라 심평원의 소화기전문의 선생님이셨다. 우리는 그만큼 정보도 없었고, 이런 기준을 만드는 곳에 해당 분과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일이었다.

예전의 학회의 보험위원회는 단순히 법원의 소견서를 작성하고, 심평원에서 약제에 대한 의견조회가 오면 그 점에 대해 답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보험위원회의 위상과 업무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이슈를 만들어내고, 그 일을 프로젝트화 하여 일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것이 변해 나가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야별 전문화되어 있는 위원들이 2년간의 임기가 아니라 4년, 6년 장기적으로 책임을 지며 보험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건강보험 테두리 내의 인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생긴 다음에는 이미 늦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려는 방향의 일은 무엇이며,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보건복지부, 심평원, 식약처 같은 곳에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이 각각의 부처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공무원들이 짧은 임기로 순환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만들어 놓은 인맥이 훗날 큰 힘이 된다. 평소 무시하고 지내다가,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보험법제 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미팅도 갖고, 학술대회에도 해당 인물들을 초청하여 우리 학회의 모습을 자주 보여 주고 대화의 상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통합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보는 질환의 분류이다. 2016년에 적용이 되겠지만, 지난2015년에 각 학회의 위원들을 불러서 ICD-10의 개편작업인 ICD-10KR을 하였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학회의 이견을 피력했는지에 따라 현재 사용하는 KCD-6에서 KCD-7으로 개정 시 변화가 눈에 띌 것이다. 아울러 이것은 KDRG의 중등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 내분비 질환들의 상당수가 저평가되어 있지만, 이런 기초 작업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해야 우리 분야가 저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

분류에 이어 신경 쓰고 봐야 하는 것이 검사분야이다. 이 부분은 질환이 겹치는 타과들은 물론 진단검사의학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소변미세알부민뇨 검사의 경우 내분비대사내과, 신장내과, 진단검사의학과의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기 때문에 많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검사에 이어 봐야 하는 것이 약제에 대한 보험적용기준이다. 약제별 기준을 잘 만들어야 우리가 진료할 때 의사의 재량권이 넓어지고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게 된다. 우리 회원들은 잘 아시겠지만, 최근 2년 사이에 2011년에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당뇨병 약제의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고, 고지혈증 치료의 기준이 총콜레스테롤에서 LDL 콜레스테롤로 바뀌었다. 이러한 것은 학회에서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많은 의학적 증거들을 제시해야 가능한 것이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회의 의견은 제약회사와 달리 매우 공정해야 우리의 의견이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갖고 우리가 노력한다면 10년쯤 뒤에 다른 과들로부터 우리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분비대사내과의 보험기준이 너무 부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