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피질호르몬 – 스테로이드의 역사(1)

김주영 (동수원병원)

수년째 필자에게 당뇨약을 타 드시는 70대 할머니가 계시다. 처음에는 혈당이 많이 높았지만, 최근 1년간은 혈당 조절이 잘되고 있어 환자도 그리고, 의사인 나도 매우 만족스러운 경우였다.

어느 날 환자가 한 달 만에 내원하였는데, 요즘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배가 나오고 혈당이 ‘미친 듯이’ 오른단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보름달같이 살이 오르고, 배도 갑자기 불룩 솟았다.

‘할머니 요즘 무슨 약 드세요?’

묻자마자 보호자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한 달 전부터 옆집 할머니한테 관절에 엄청나게 효과 좋은 약을 얻어 드셨는데, 늘 무릎이 아파서 고생했는데 그 약을 먹으니 어쩌면 그렇게 씻은 듯 괜찮아지는지 정말 놀라울 정도였기 때문에 가족들이 약 함부로 얻어먹다가 큰일난다며 만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너무 좋아 옆집 할머니의 관절염약을 한 달간 얻어 드셨단다.

다들 미리 짐작하다시피 스테로이드 과다투여로 인한 의인성 쿠싱증후군이다.

이렇듯 노인 환자들의 경우 아직까지도 이웃간, 가족간에 약을 나눠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필자에게도 적발되어 강력히 경고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이나, 취약계층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는 약제를 무자격자가 판매하는 경우도 환자들의 입을 통해 내게 전해진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과다해도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부신피질호르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애디슨 병에서 부신 추출물을 이용한 치료는 William Osler 경(1849-1919)이 냉장상태의 신선한 돼지 부신에서 추출한 글리세린 추출액을 사용하여 6례의 애디슨 병의 성공적인 치료증례 발표 이후에도 만족스러운 치료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여러 연구자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에피네프린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피질 추출물을 얻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1929년 Joseph John Pfiffner 와 Wilbur Willis Swingle은 부신을 제거한 고양이를 무제한 살게한 부신피질 추출물의 농축조제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상당량의 에피네프린이 포함되어있었고, 제조 방법이 어려웠다.

Edward Calvin Kendall(1886-1972) 스위스의 Tadeus Reichstein은 1933년 Vitamin C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낸 과학자로 현재까지도Vitamin C의 인공합성을 위한 기본 공정에는 그의 이름이 있으며 또한 그는 2008년 Rita Levi-Montalcini(1909-2012)가 99세를 넘기기 전까지는, 99세까지 생존한 가장 장수한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1935년에 이르자 미국에서는 Edward Calvin Kendall(1886-1972)에 의해, 그리고 스위스에서는 Tadeus Reichstein(1897-1996)에 의해 부신피질 추출액에서 Cortisone이 분리되었는데, 1940년에 이르자 부신 호르몬 중에서 28개의 화합물이 규명되어 이들 중 compound E(= compound Fa)를 포함한 4개의 물질들이 동물실험에서 생리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 4개의 물질들이 각각 11-dehydrocorcicosterone(compound A), corticosterone(compound B), dehydrocorticosterone(compound E, known to Reichstein as), 17-hydroxycorticosterone(compound F)이었다.

당시 이러한 실험을 위해 1000kg의 소의 부신에서 얻을수 있는 건조 부신 추출물은 고작 1kg 이었고 이중에서도 25g 만이 성분분석이 가능했다 하니, 1914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thyroxine을 처음으로 분리해낸 전도유망한 연구자인 Edward Kendall에 대해 동료들이 크리스마스 휴일도 연구실에서 보낼 일벌레라 평가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첨단 실험기기가 있는 시대도 아닌데 그만한 업적을 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었을지 새삼 경외스럽다.

(좌)(우) 사진 모두 Tadeus Reichstein(1897-1996) (우) 97세의 Tadeus Reichstein 위의 두 사진에서 노벨상에 빛나는 학자의 근엄한 표정이 좌측의 사진에서 보인다면 우측의 사진에서는 그의 노년기의 여유가 보이는 것 같다.

이렇게 발견된 cortisone은 Mayo Clinic의 Philip Showalter Hench가 이 물질이 류마티스 과절염의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을 세우면서 서서히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결국 치열한 고민과 또 우여곡절 끝에 1950년 부신피질 호르몬의 구조 및 생물학적인 효과에 대한 발견으로 Kendall, Reichstein과 함께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게 되는 Philip Showalter Hench(1896-1965)와 이후 스테로이드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번 소식지에 소개드리고자 합니다